미스터선샤인 재방송, 몇부작, 인물관계도, 줄거리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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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7. 15. 11:56
미스터 선샤인 몇부작, 인물관계도, 줄거리, 재방송
드디어 '미스터 선샤인' 등장했습니다.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감독의 태양의 후예와 도깨비를 이은 세번째 합작품!
미스터 선샤인에 나오는 주인공 등장 인물부터 심상치 않죠. 김태리, 이병헌, 변요한, 유연석, 김민정 등등.. 너무 좋은 라인업 입니다.
미스터 선샤인 여자주인공인 김태리는 요즘 너무 핫한 배우죠. 남자주인공인 이병헌이 나이 차이가 좀 있긴 하지만, 극에서는 한복을 입어서 그런지 나이 차이가 보는데 그리 방해물이 될 것 같진 않습니다. 특히, 오랜만에 나오는 변요한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고, 김민정의 큰 눈에서 어떤 연기가 품어 나올지도 궁금합니다.
미스터 션사인 | |
미스터 선샤인 편성 시간 | 2018.07.07 ~미스터 선샤인 몇부작 : 24부작 |
tvN (토, 일) 오후 9:00~ 미스터 선샤인 재방송 정보 보기 | |
미스터 선샤인 제작진 | 극본: 김은숙 (태양의 후예, 도깨비, 드림하이2, 연애의 발견 등 연출: 이응복 (태양의 후예, 도깨비, 상속자들, 시크릿가든, 온에어, 신사의 품격 등) |
미스터 선샤인 소개 | 신미양요(1871년) 때 군함에 승선해 미국에 떨어진 한 소년이 미국 군인 신분으로 자신을 버린 조국인 조선으로 돌아와 주둔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 1900년부터 1905년까지 구한말 배경으로 한 의병 이야기, 김은숙 작가와 이응복 감독의 세번째 합작품( 태양의 후예, 도깨비) |
미스터 선샤인 내용 줄거리
역사는 기록하지 않았으나 우리는 기억해야 할, 무명의 의병(義兵)들.
노비로 백정으로 아녀자로 유생으로 천민으로 살아가던 그들이 원한 단 하나는 돈도 이름도 명예도 아닌, 제 나라 조선(朝鮮)의 ‘주권’이었다.
'미스터 션샤인'은 흔들리고 부서지면서도 엄중한 사명을 향해 뚜벅뚜벅 나아가는 이름 없는 영웅들의, 유쾌하고 애달픈, 통쾌하고 묵직한 항일투쟁사다.
20세기 초 한성(漢城).
동양과 서양이, 추문과 스캔들이, '공자 왈 맹자 왈'과 '똘스또이'가 공존하던 맹랑한 시대.
'모던 걸' '모던 보이'들이 노서아 가비(커피)를 마시고 구락부에서 ‘딴스’를 추던 명랑한 시대.
잉글리쉬를 익혀 '초콜렛또'를 건네며 'LOVE'를 고백하던 달콤 쌉싸름한 낭만의 시대.
그러나 그 속에서 누군가는, 조국을 빼앗겨 이름을 빼앗겨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장렬히 죽어가던, 상실의 시대. '미스터 션샤인'은 가장 뼈아픈 근대사의 고해성사다.
‘가쓰라 테프트 밀약’으로 날개를 단 일본은 마침내 거친 야욕을 드러내고, 애신의 조선은 힘없이 부서져 내리는데, 어쩌자고 그녀는.. 저렇듯 꽃처럼 예쁘단 말인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99주년을 맞는 2018년 방송예정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미국의 이권을 위해 조선(朝鮮)에 주둔한 검은머리의 미 해군장교 유진 초이(Eugene Choi)와 조선의 정신적 지주인 고씨 가문의 마지막 핏줄인 애신 애기씨의, 쓸쓸하고 장엄한 모던 연애사다.
미스터 선샤인 인물관계
미스터 선샤인 등장인물
유진,초이(Eugene Choi,노비의 아들, 미해병대장교)
어미도 아비도 노비여서 태어나는 순간부터 노비였으나 검은 머리의 미국인인 사내. 하여, 이방인의 냉정함, 침략자의 오만함, 방관자의 섹시함을 가진 사내.
아홉 살 되던 해, 주인 나으리 김판서는 사노비인 유진의 부모를 때려죽임으로써 김씨 가문이 얼마나 세도가인지를 증명했다. 재산이 축난 건 아까우나 종놈들에게 좋은 본을 보였으니 손해는 아니라고 했다. 그것이, 유진이 기억하는 마지막 조선(朝鮮)이었다.
유진은 달리고 또 달렸다. 조선 밖으로. 조선에서 제일 먼 곳으로. 그런 유진의 눈앞에 파란눈에 금발머리를 한 서양도깨비의 배가 떠 있었다. 미국군함 콜로라도 호였다. 어디를 조국이라 불러야 할지 몰랐던 사춘기였다. 바다 건너 땅에서도 밑바닥 인생이긴 마찬가지였다. 이길 때까지 싸우고 지면 다시 싸웠다. 그러다 보니 그의 이름 앞엔 늘 최초가 붙었다. 동양계 최초 미 해병대 장교 임관. 동양계 최초 미 용사훈장 수훈. 최초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대부분 차별이었다. 차별을 이겨내자 특별해졌다.
‘최유진’이 유진, 초이(Eugene Choi)가 되던 날 유진은, 자신의 조국으로 United States of America를 선택했다. 미·서(美西)전쟁(미국-스페인)에서 돌아온 그를 기다리는 건 명예로운 용사훈장과 또 다른 주둔지, 조선(朝鮮)이었다. 세력을 팽창 중인 일본과 러시아를 견제해야 하는 미국은 자국민 보호를 핑계로 조선에 군대를 주둔시켰고, 영어와 조선말에 능통한 유진은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다. 보고서엔 금일도 조선에선 제 나라 독립을 위해 꽃 같은 목숨들이 죽어나간다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유진은 조선의 주권이 어디에 있든 제 알 바 아니었다. 유진에게 조선(朝鮮)이란 제 부모를 때려죽인 나라였고, 제가 도망쳐 나온 나라였고, 양반들이 개화의 탈을 쓰고 앞다투어 매국을 하는 야만의 나라일 뿐이었다.
조선 밖으로 달려 나온 아홉 살 이후부터, 유진은 절대 뒤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본 자리마다 악몽일 게 분명했다. 그래서 유진은 조선으로 가는 이 걸음을 뒷걸음질이라 생각지 않기로 했다. 조선은 그저 건너야 하는 땅, 자신이 밟아야 하는 디딤돌일 뿐이었다. 유진은 결심했다. 모질게 조선을 밟고, 조선을 건너, 내 조국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리라.
하지만 유진은 알지 못했다. 조선에서 기다리는 자신의 운명을. 거침없이 유진을 흔들고, 유진을 건너, 제 나라 조선을 구하려는 한 여자, 애신을 만나게 될 줄을...
고애신(사대부 영애)
하루가 멀다 하고 온갖 추문이 대문을 넘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열다섯만 넘어도 노처녀 소리 듣는 조선 땅에서 혼기를 놓쳐도 한참 놓친 애신의 나이 스물아홉이었다. 이게 다 희성 때문이다.
희성은 애신이 열다섯 되던 해에 조부들끼리 정혼한 애신의 정혼자다. 얼굴도 못 본 정혼자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는 소식을 조부를 통해 들었었다. 큰어머니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샘을 내는 혼처인 걸 보면, 어떤 사내일까 궁금은 하나 십 년이 넘도록 코빼기도 안 봬주는 걸 보면 내가 저를 잊고 살 듯 저도 나를 잊고 사는 게 분명했다. 지금 같아서는 영 돌아오지 말았으면 싶다. 조부와 큰어머니 몰래, 물론 행랑아범과 함안댁을 대동해야 하는 볼썽사나운 등교지만, ‘개 상놈’의 여식들이나 다닌다는 신식학당에 이제 막 입학해 ‘I am a girl’ ‘Boys be ambitious!’를 배우는 참이기 때문이다.
학당의 누군가는 작금을 낭만의 시대라고 했다. 애신도 동의했다. 다만 애신의 낭만은 가배(커피)도, 양장도, 박래품(수입품)도 아닌, 독일제 총구 안에 있었다. 조선 최고 명문가의 ‘애기씨’가 갖기엔 과격한 낭만이었다.
나라를 위해 살다간 아버지의 피 탓이었을까. 그런 사내를 사랑한 어머니의 열정 탓이었을까. 암만 생각해도 ‘Boy’들만 야망을 품으란 법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를 꽃처럼 어여뻐 하는 사내들은 시시했고 어차피 피었다 질 꽃이면 제일 뜨거운 불꽃이고 싶었다.
애신의 방에서 서책 갈피에 몰래 숨겨놓은 ‘한성순보’와 ‘독닙신문’이 발각된 날, 조부의 눈빛은 노여움이 아니라 슬픔이었다. 멧짐승 고기가 먹고 싶으니 포수를 찾아가란 조부의 심부름은 그날부터였다. 조부의 당부는 딱 하나였다. 살아 남거라. 애신의 나이 스물이었고, 그날부터 장포수는 애신의 스승이었다. 장포수는 화약 다루는 법, 총기류 다루는 법, 사격술 등을 가르쳤고 9년이 흐른 지금, 애신의 타깃은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그런 애신이 시시하지 않은 남자를 만난 건 한성에 첫 가로등이 켜지던 순간이었다. 이기적인 배려, 차가워서 다정한, 자신의 조국은 미국이라는, 자기 생에서도 이방인인 사내, 유진이었다. 그 사내의 심장이 자신의 타깃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비는 애신이었다...
김희성(룸펭,애신의 정혼자)
빛날 희, 별 성. 사람은 이름 따라간다고 희성은 어디서나 눈에 띄었다. 다정하고 재밌고 돈 많고 잘생기기까지 했으니 늘 목하 열애중이다. 자칭 박애주의자 타칭 바람둥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들 하지만 희성의 경우는 반대였다. 윗물이 워낙 더러웠다. 고약하기로 소문난 조부와 비겁하기로 소문난 아버지를 둔 덕에 열정 없이 사는 ‘시시한 놈’으로 살고 있는 중이다. 제 핏속에 흐르는 피가 무서웠다. 힘이 생기면 잘못 휘두를지도 모르니까.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십 년 유학생활을 청산하고 혼인을 하러 조선으로 들어왔다. 혼인을 미룬 것도 포악했던 제 조부가 정해준 여자니 어련할까 싶어서였다. 헌데, 저 빛나는 여인이... 내 정혼자라고?
희성은 일본에서의 십 년이 후회되었다. 너무 늦게 왔다. 이미 그녀의 마음 속에 자신이 들어갈 자리는 없어 보였다. 그녀 속의 조선을 몰아낼 수도, 저 이방인 사내를 몰아낼 수도 없었다. 희성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애신과 약조된 혼인을 늦춰 주는 것. 허나 절대 혼인 하지 않겠다는 아이러니한 약조를 하는 것, 그런 슬픈 것일 뿐일 줄이야...
쿠도 히나(호텔 '글로리' 사장)
조선 이름 ‘이양화’에 먹물이 마르기도 전에 친일파 아버지의 남다른 혜안(?)으로 일찍이 결혼해 ‘쿠도 히나(工藤 陽花)’가 되었다. 그녀의 어머닌 딸의 혼인을 볼 수조차 없었다. 조강지처였으나 조선인이란 이유로 아버지에게 내쳐졌기 때문이었다.
팔아치울 수 있는 게 있다면 제 딸이든 나라든 다 팔아치우는 아버지를 둔 덕에, 팔리기 전에 자신을 팔아야 했고, 치워지기 전에 자신을 세워야했던 여자다. 아버지가 일본인인 늙은 거부에게 히나를 시집보냈을 때 히나는 울기보다 물기를 택했다. 약한 곳을 노리고, 물고, 쓰러뜨렸다.
혼인한 지 5년 만에 늙은 남편이 저세상으로 갔고 히나는 생기 없던 청춘을 보상받듯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다. 바로 호텔 ‘글로리’였다. 호텔을 상속 받자 제일 기뻐한 이는 아버지 이완익이었다. 히나는 아버지의 속이 뻔히 보였고 호텔을 뺏기지 않기 위해 고집스레 남편의 성을 썼다.
한성 바닥에서 젊고 아름다운 미망인은 호텔을 찾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유흥거리였다. 모던보이, 댄디보이, 룸펜, 조선의 보이란 보이들은 죄다 호텔 ‘글로리’로 몰려들었고 히나는 연일 최고 매출액을 경신했다. 히나는 나라님도 부럽지 않았다. 조선의 모든 권력은 사내들에게 있었으나 그 사내들은 언제나 호텔 ‘글로리’에 있었으니까. 히나는 매일 밤 제국주의자들의 세치 혀에 처참히 찢기는 조선을 웃으며 지켜보았다. 조선도 울기보단 물기를 택해야 할 텐데. 안타까웠다.
언제나 두 번째의 삶이었다. 두 번째 이름이 진짜 이름이 됐고, 두 번째 나라가 진짜 나라가 되었으며, 이제 저 두 번째 남자만 자신의 남자가 되면 완벽한 삶이었다. 그 남잔 다름 아닌 유진이었다. 헌데 저 남자, 딴 여자를 보고 있다. 사대부댁 애기씨랬다.
고애신. 내일부터 저년을 한 번 물어봐?
구동매(백정의 아들, 무신회 한성지부장)
태어나보니 백정의 아들이었다. 백정은 사람이 아니었다. 백정의 딸과 아내는 보란 듯이 욕보여졌고 백정의 사내들은 칼을 들었으나 아무도 벨 수 없으니 날마다 치욕이었다. 마주치면 기겁했고 비껴가면 침을 뱉었다. 막무가내의 매질이 외려 덜 아팠다. 소나 돼지만도 못한 존재, 그게 동매였다.
소, 돼지로는 살 수 없어 각설이패를 쫓아 부락을 나왔다. 춘궁기는 길었고 형들의 매질은 모질었다. 양반의 횡포보다 천민이 천민에게 부리는 행패가 더 잔인했다. 조선 바닥 어디에도 백정의 아들 동매에게 더 나은 세상은 없었다.
일본으로 건너간 동매는 그곳에서 저처럼 칼을 다루는 낭인들을 따라 떠돌았다. 열 살부터 칼을 잡았던 동매였다. 동매의 칼은 급소만 노렸고 깔끔하고 신속했다. 수장은 자신의 눈에 든 동매에게 ‘이시다 쇼(石田 翔)’라는 이름을 내렸고, 그 이름은 동매의 세상을 바꿔놓았다.
동매는 짐승을 잡는 짐승 같은 놈으로 제 앞을 막는 모든 것들을 찢어발기고 집어 삼켰다. 조선이고 일본이고 어차피 사람이 아니긴 마찬가지였으나, 적어도 이곳에서는 소, 돼지가 아닌 맹수였다. 모두가 동매를 두려워했다. 몇 해가 지나자 더는 일본 땅에서 동매를 대적할 자가 없었다. 저를 따르는 무리가 생겼고, 동매는 그들을 이끌고 일본을 떠났다.
조선으로 돌아온 이유는 딱 하나였다. 유일하게 자신을 응시해주던 한 여인의 눈동자. 그녀의 눈빛엔 경멸도 멸시도, 하물며 두려움조차 없었다. 바로, 조선 최고 사대부댁 애기씨, 애신이었다. 사람구실을 하면 할수록 고애신, 그 이름 하나만 간절해졌다. 그러면 안 되는데, 세상 모두가 적이어도 상관없겠다 싶어진다.
그런 애신 앞에 자꾸 알짱거리는 미국놈이란 사내가 심히 거슬린다. 꼭 새치기 당한 기분이었다. 가진 적도 없는데. 오직 애신을 사랑해서, 사랑에 미친, 사랑해서 미친, 동매는 그런 사내다.
황은산 (도공)
어려서부터 흙으로 빚는 건 뭐든 잘했다. 일본, 청나라, 러시아 등등 모두가 그의 작품을 탐내는 조선 최고의 도공이다.
천재에겐 소문이 많기 마련이다. 주정뱅이, 성격 괴팍한 괴짜,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기분파. 소문은 모두 사실이었다. 일주일도 못 견디고 떨어져 나가는 제자가 숱했으며, 은산을 찾아 바다를 건너온 수집가들은 백자는커녕 은산의 그림자 구경도 못하고 쫓겨나기 일쑤였다. 십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백자를 미련 없이 단골 주막에 던져주기도 한다.
그의 소문 중에 빠진 것이 둘 있는데, 그 첫 번째는 백정, 궁녀, 양반, 천민, 가파치로 구성된 의병대의 수장이 바로 황은산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30년 전 아홉 살 유진의 생명의 은인이 바로 황은산이란 것이다.
장승구 (포수)
아비가 조선 제일의 호랑이 사냥꾼이었다. 해서 승구 역시 포수가 꿈이었다.
아비와 함께 나선 신미년 전쟁에서 미 해병대의 무자비한 폭격에 아비를 잃었다. 은산 아재는 친우의 죽음을 의로운 죽음이라 했으나 승구의 생각은 달랐다. 승구는 포수 대신 역적이 되기로 했다. 제 나라 백성도 지키지 못하는 임금, 이 나약하고 비겁한 조국을 제 손으로 탕탕 부수기로.
궁에 있는 위정자들을 극도로 싫어한다. 더러운 정치질로 망국에 일조하느니 홍파(주모)에게 꿩이나 잡아다 주는 게 애국이다, 라며 주막에 들러 백숙 한 그릇에 잡은 토끼와 꿩까지 내주고 온다. 매사에 신중하고 말수가 없는 조용한 성정은 총을 쏠 때에도 여실히 드러났다. 들짐승이든 날짐승이든 장포수의 총구는 빗나가는 법이 없었다.
그런 그의 조용한 인생에 애신이 들어오고부턴 매일이 시끄럽다. 애신은 질문이 많았다. 애신에게 그는 항상 답을 갖고 있는 인생의 스승이자 존경하는 명사수였다. 애신을 때론 딸로 또 때론 생사를 나누는 동지로 각별히 아낀다.
고사홍 (애신의 조부)
정승만 10명 배출한 조선 최고 명문가로, 그 또한 구휼에 앞장선 염근리(廉謹吏-살아 있을 때 받는 청백리)로, 임금에겐 신임을, 백성들에겐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사노비 폐지 땐 전답을 고루 나눠주는 등, 약자에게 따뜻하고 강자에게 가차 없는 진정한 선비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살아내기에 작금의 조선은 몹시 언짢다. 나라는 신문물이 흘러들어 경박해지고 위정자들은 매국노와 다를 바 없으며 젊은 선비들은 목적을 잃고 사방으로 흩어지니 통탄할 노릇이었다.
무슨 태몽을 꿨었던가. 아비보다 먼저 가는 자식을 둘씩이나 두니 그 또한 단장지애였다. 사는 게 욕이었으나 제 아비를 꼭 닮은 손녀 때문에 죽을 수도 없었다. 조선은 나날이 위태로워지는데 애신은 제 아비처럼 몸을 숨긴 투사로 그 모든 시간을 지나가는 중이었다. 손녀마저 잃을 수는 없었다. 애신을 장승구에게 보낸 건 그런 이유다. 꼭 싸워야겠거든 꼭 이기라고. 죽지 말라고.
이완익 (친일파)
리노이에 히로아키(李家 ?明:광명).
함경도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위로 누나 둘, 아래로 동생 하나가 굶어 죽었다. 지주의 눈 밖에 나 소작 붙이던 손바닥만 한 땅도 빼앗긴 탓이었다. 완익은 부모에게 더 이상 희망이 없음을 깨달았다. 완익은 어린 누이를 지주의 소실로 주고 받은 돈을 미국 선교사에게 갖다 바쳐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완익은 머리가 좋았다. 영어를 알아듣고 제법 떠듬거리기까지 몇 해 안 걸렸다. 그 덕에 미국 선교사의 추천으로 신미년 미국 제독의 통변 자리까지 얻어냈다. 미군의 고래등 같은 함선에서 건너다 본 조선은 약한 나라였다. 앞으로의 대세는 일본이었다. 조선의 위기는 완익에겐 기회였다. 완익은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어는 영어보다 배우기가 훨씬 수월했다.
삼개국어에 능통한 그를 전 세계인들이 찾기 시작했다. 언어는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에게 큰 광명을 안겨주었다. 일본인이 미국인이 조선인이 모두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그 순간 완익은 깨달았다. 아무 것도 갖고 태어난 게 없다고 생각한 자신이 아주 커다란 것을 갖고 태어났다는 것을. 팔면 아주 큰돈이 될 거라는 것을. 그가 손에 쥐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조선(朝鮮)이었다.
모리 타카시 (森 隆史)
동경에서 천황 다음으로 유명한 화족(華族-메이지 유신 이후 새롭게 개편한 귀족계급) 집안의 장남. 국비 장학금으로 뉴욕에 올 만큼 비상한 머리의 인재로 세계정세에 밝고 조국 일본의 근대화에 앞장서고자하는 뼛속부터 애국자다.
그가 미국으로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제국주의 미국을 몸소 체득하기 위해. 유진과는 뉴욕에서 동양인 아파트 이웃사촌으로 2년을 함께 보냈다. 유진은 조선으로, 타카시는 조국으로, 각자의 길을 가야 하는 두 젊은이는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마지막으로 헤어졌다.
일식이, 춘식이 (전직 추노꾼)
한 때 최고의 추노꾼이었지만 노비제가 폐지되면서 돌연 실직하고 망연자실 하였다가 세상을 읽는 눈은 있어 전당포 [해드리오]를 개업한다. 물건 맡기고 돈 달라는 손님보다 사람 찾아달란 손님이 더 많아 흥신소라고도 하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온갖 걸 다 해주니 만물상이라고도 한다.
나날이 손님이 많아지나 손은 둘이면 충분했다. 도화서 관원 출신인 그림의 명수, 복사한 듯 문서를 베끼는 위조의 명수. 한성 바닥서 소문에 가장 빠르고, 안 되는 것 없이 모든 게 다 되니 신통방통이다. 말년에 한탕 크게 챙겨 조선 땅 뜨는 게 목표였지만 얼토당토않게 의병으로 큰 공을 세우는 비운(?)의 형제다.
행랑아범
고씨 가문의 가노(家奴)로, 행랑아범에게 사홍은 인생을 함께 한 동무이자 존경하는 상전이다.
사홍이 어렸을 땐 도련님이요, 하고 쫓아다니고 사홍이 젊었을 땐 서방님이요, 하고 쫓아다니고 사홍이 늙었을 땐 대감마님이요, 하며 쫓아다니다, 지금은 애기씨요, 하며 애신을 쫓아다니며 언제 어디서든 애신의 든든한(?) 보디가드가 되어준다. 함안댁에겐 든든한 친정오빠 대신이요 조씨부인에겐 믿음직한 집사요 같은 대문 안 노비 식솔들에겐 남다른 혜안으로 의지의 대상이다.
사노비 폐지 때도 행랑채 식솔들 반을 떠나보내고 끝끝내 사홍 옆에 남았다. 어느 날은 신접살이 같기도, 어느 날은 처가살이 같기도 하니 사홍과 함께 한 반평생이 어디 다 종살이였으랴. 묵묵하게 사홍과 고씨 가문의 흥망성쇠를 함께 겪는 지고지순한 사내다.
함안댁
고씨 가문의 가노(家奴)로, 함안의 소작농의 딸로 태어나 일곱 살에 아비의 노름빚에 노비로 팔려가 이 집 저 집을 전전했다. 세상이 엿 같고 사는 게 지옥이었던지라 성질이 지랄 같아 그 어떤 상전도 좋아하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런 그녀가 열다섯에 눈빛이 선한 건장한 사내와 눈이 맞아 연지 곤지 찍고 시집을 갔다. 신랑이 가노로 있는 고씨 가문 댁은 이전 상전들과 달리 천국이었고 따뜻한 집이었다. 사홍과 조씨부인은 냉정했으나 사리가 분명해 이유 없는 매질이 없었고 행랑아범은 또 하나의 상전일 줄 알았으나 친정 오라비에 가까웠다. 비로소 웃어도 보고 농도 해보는 함안댁이었다.
헌데 부모복 없는 년 서방 복도 없고 자식 복도 없다더니 스물도 되기 전에 역병으로 서방을 잃고 청상과부가 되었다. 그 어떤 것도 마음 붙이지 못하고 귀에 꽃만 안 꽂았지 딱 미친년이 따로 없던 차에, 작고 곱고 부서질 듯 울어 재끼는 갓난아이를 만났다. 한 날 한 시에 부모를 여윈 애신이었다.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울어 재끼는 애신은 함안댁이 살아야 할 이유가 되었다.
이깟 세상 탕탕 다 뽀개지든 일본 놈들 아가리에 들어가든 종년 팔자 매한가지지 했는데 우리 애기씨가 숭한 총까지 들고 말리니 그럼 나도 말려야지, 하며 발 벗고 나선다. 하수상한 세상아 덤빌 테면 덤벼라 우리 애기씨는 내가 지킨다, 주먹 불끈 쥐고 애신의 밤 마실(?) 마다 동행한다. 행랑아범이 관우라면 함안댁은 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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