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켓] 온라인상에서의 언어파괴

[인터넷 온라인 언어파괴]

온라인상의 언어파괴


언어는 의사소통의 수단이라는 기본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의 역사와 정체성, 그리고 문화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 나라의 언어는 그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상징성을 띠고 있으며, 그 나라의 문화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언어'라고 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므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 언어를 소중히 생각하며 아끼고 잘 보존하면서 언어 생활을 해야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TV 예능에서도, SNS 상에서도, 인터넷 상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들여다보면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축약되거나 이상한 의미를 부여해 쓰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언어 훼손은, 문자를 쳐서 대화를 하다 보니 좀 더 편하고 쉽게 그리고 빠르게 적을 수 있도록 이어 적기, 줄여 쓰기 등을 사용하면서 나타났지만, 현재는 언어의 경제성 측면보다는 재미 삼아 좀 더 튀는 표현을 찾는 경향이 뚜렷하게 되었습니다. 은어, 비속어 남발, 발음되는 대로 사용, 축약어, 특수문자, 한자나 영어를 섞어서 표현하는 등 본래 언어를 왜곡하여 훼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를 외계어라고도 하는데, 외계어는 대화상에서 쓰여지는 한국어의 변칙적인 표기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외계어는


- 줄임말도 있고

- 새로 단어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 특수 문자를 나열하기도 하며,

- 이상한 의미로 변형시키기도 하고

- 초성을 나열하여 대화하고

- 무분별하게 외래어와 혼합하여 사용하고

- 한자 변형하는 경우

등 많은 예가 있습니다.


이는 의미를 빠르게 전달하기 위해 쓰이기도 하고, 오락적 기능을 극대화하여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제는 한글 문법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말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 중에 ‘급식체’라고 하는 10대 학생들이 많이 쓰는 언어는, 초성을 써서 말을 줄이거나, 의미 없는 말들을 나열하거나, 형태를 변형시킨 방식 등으로 사용되곤 합니다.


급식체의 예를 들어보면,


 “ㅇㄱㄹㅇ?”은 “이거 레알?, 정말이야?”,

“ㅈㅁ”은 “잠만”으로 “잠깐만”,

‘ㅇㅈ’은 쿨하게 ‘인정’이라는 뜻으로 쓰이며,

‘광’을 모양이 비슷한 '팡'으로,

‘근’을 ‘ㄹ’로 일부분을 비슷한 한글로 바꾸거나,

‘辛’을 비슷하게 보이는 ‘푸’로 표현하고,

‘머박’은 머박이라고 읽지 않고 ‘대박’이라고 읽고,

‘버카충’은 '버스 카드 충전'의 앞자로 줄여서 표현하고 있습니다.

‘지리다’와 같이 의미가 약간 변형된 것도 있는데, 원래 똥이나 오줌을 참지 못하고 조금 쌌을 때 쓰는 표현인데 “너무 충격적이거나 아주 놀라울 때" 이런 말을 사용합니다. 급식체는 청소년들끼리, 아는 이들끼리만 알고 공유할 수 있는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급식체가 있다면 직장인들에게는 ‘급여체’라는 표현이 있다고 합니다. 급여체란 주로 직장인들 사이에서만 쓰이는 일종의 은어를 말합니다. 한글과 영어를 혼합해서 쓰거나, 줄여서 의미를 표현하거나, 한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영어로 표현해 전달하고, 업무에 주로 사용되는 말, 돌려 말하기 등이 있습니다. ‘ddg’는 똑같게, ‘아삽’은 ‘As Soon As Possible’의 앞자로 ‘가능한 빨리’를 나타냅니다. ‘네’를 ‘넵’이나 ‘넹’으로 표현하기도 하며, ‘캐주얼하다’라는 표현은 보고서 등 문서를 작성할 때 자유롭지만 구성을 갖춘 보고서 상태를 말합니다. 이것 또한 직장내 소통과 특정 직업인들 사이에서 공감대 형성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 사용되곤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는 일정한 기호체계를 나타내는 기호성, 사회적 약속이나 소통의 도구인 사회성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역사성, 무한히 많은 말들을 새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창조성,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성’ 등이 있습니다. 


급식체나 급여체 등의 외계어들은 언어의 사회적 기능을 위협할 수도 있는 언어 훼손이나 언어 파괴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더욱 가깝게 소통하거나 특정한 집단이나 세대의 특징을 표현하기 위해 언어를 변형시키곤 하는데, 단순히 재미를 위해 언어를 파괴해 가면서 다른 집단이나 세대와의 소통을 단절시키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는 새로운 말과 글들은 사회적 소통을 어렵게 만들고, 세대 간에 단절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표현으로 상대방에게 생각이 다르게 전달되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비하와 비난, 혐오감을 부르는 낯선 말들 때문에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언어는 세상을 인식하고 바라보는 창입니다. 언어는 우리의 생각과 판단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언어가 파괴된다면 생각과 가치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따라서 아무리 편리하고 재미있다 하더라도 언어 훼손이나 파괴에 대한 경계심을 잊지는 말아야 합니다.


특히, 한국어는 세계의 어떤 언어보다 우리의 삶과 정체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한글은 전세계 언어 중에서 세계 11위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과학적이고 배우기 쉬워서 다른 글자와는 다르게 문맹률이 매우 낮으며, 3~4살 때도 배울 수 있을 정도의 글자입니다. 이러한 한글의 우수성은 우리나라보다도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놀라며 인정하고 있으며 유네스코에서, 한글은 소리 글자이므로 거의 모든 소리를 글로 표현할 수 있어서 전세계 문자없는 나라에 한글 보급하기로 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인류의 세계 기록 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말과 글의 특성과 가치를 지키고 보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동시에,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언어를 변화시켜 나가고, 새로운 사회 문화적 가치를 만들어 가는 젊은 세대의 창조적 에너지도 같이 존중하여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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